전 세계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밤의 경치가 있다. 불야성처럼 번쩍이는 도시의 야경은 칭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비난받기도 하지만 야경의 선악은 누구도 결정할 수 없다.
자동차나 컴퓨터 기기처럼 세계의 브랜드가 통일되고 세계의 품질이 동시에 관리되고 있는 지금, 도시의 야경이나 생활조명마저 세계 공통의 맛으로 관철되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렇기에 통일되지 않은 규격으로 개성 넘치는 조명이 더욱 소중하며, 세계는 특색 있는 빛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야경은 관광자원을 만들어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각각의 지역문화가 갖고 있는 개성을 빛에 비유해 비추는 상태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먹칠을 한 듯한 어둠이 지배하는 야경이라 해도 이야기할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시경관조명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서울시에서 행정적으로 적극 설치한 이후, 약 20년이 지난 지금, 도시경관조명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경관조명의 설치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조명작품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경관조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경관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낭비할 뿐만 아니라 빛공해를 발생시키는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물론 여기에는 도시의 조명관리 제도가 완벽하지 않고, 조명설계 수준도 높지 않으며, 디자이너의 조명설계 능력이 빠르게 발전하는 조명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지나치게 밝은 조명으로 건물과 도시의 문화적 품위를 저하시키고 있다. 또한 환경보호의식, 경관조명수법 및 조명기구의 성능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도 조명디자이너와 정책입안자가 지니고 있는 결점이다. 결국, 경관조명대상에 대하여 어떻게 명암과 빛을 연출할 것인지, 정확하고 치밀한 계획이 부족한 상태에서 설계하여 필요 이상의 조도와 휘도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절제된 조명으로 아름답고 품위 있는 도시경관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할 시점이다. 또한 야경은 도시의 발전과 쇠퇴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므로 그 생태변화로부터 한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기에 몇 번이고 그 변화실태를 관찰하여야 한다.
도시경관조명은 야간의 도시형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도시경관조명은 건축, 도시, 조경, 경관, 전기설비, 물리학, 생리학 등 이공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심리학, 미학, 등 인문학적 학문을 융합한 종합학문이다. 즉, 경관조명은 과학이고 기술이며 인문이다. 마지막에는 예술로도 표현되는 창의적인 설계 창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각국의 조명전문가들이 자신의 도시조명과 생활조명의 특성과 문제에 대하여 명확하게 서술한 것으로서, 세계적인 도시의 야간경관과 생활조명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책이다. 따라서 경관조명을 공부하는 학생, 조명디자이너, 조명업체, 지자체뿐 아니라 우리의 조명문화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책을 읽은 후 자신의 조명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도시경관 정책에 참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1장 세계의 야경이 이야기하는 것
파리 의도된 도시의 야경이란
리옹 창작야경의 Top Runner를 목표로
런던 파이팅 런던
코펜하겐 Blue Moment가 빛나는 도시
모스코바 혹한의 밤에 가만히 멈춰선 야경
베를린 오래된 기술을 지금에 살린다
이스탄불 도시에 흐르는 코란처럼
베니스 물과 빛의 풍경
바르셀로나 점과 선을 빛으로 그린다
뉴욕 밖에서 바라보기 위한 야경
시카고 쓸데없는 빛과 현명한 빛
라스베이거스 기술을 겨루는 빛의 엑스포
부에노스아이레스 다같이 밤새도록 즐기자
시드니 물가의 엔터테인먼트
뭄바이 늘어가는 모던 인디아의 빛
방콕 부처와 자유와 쾌락이 어우러져
싱가포르 콜로니얼 도시의 아름다움과 추함
상하이 급성장 - 폭발하는 야경
도쿄 공(功)과 죄(罪)가 한데 섞여 있는 초특대야경
제2장 생활공간의 빛이 가르쳐 주는 것
코펜하겐 창가에서 유혹하는 따사로운 빛
스톡홀름 빛을 연구해 겨울을 넘긴다
함부르크 따뜻한 주방에 가족이 모인다
워싱톤 황량한 곳에 밀집하는 특대주택
싱가포르 남국의 햇살이 시원스런 인테리어로
도쿄 뽀얗게 반짝이는 UFO가 방 한가운데에 떠다닌다
제3장 세계조명탐정단이란 무엇인가?
영웅과 범죄자를 찾아라 길가를 거니는 즐거움
살짝 비추고 얼른 도망쳐라 라이트업 게릴라
빛의 문화를 이야기하자 시민참가 이벤트/심포지엄/전람회
세계조명탐정단 기원, 포럼
조명탐정단에 대해 자료편
칼럼
어둠 속에 꿈틀거리는 작은 빛 / 사과도 파는 파출소 / 빛은 귀속과 이별의 심벌 / 빛의 행방 / 조용히 잠든 거대도시 / 하라 켄야
멘데 카오루(面出 薰)
조명 디자이너. 주식회사 라이팅 플래너즈 어소시에이트 대표이사. 1950년, 동경 출생. 동경예술대학미술학부 디자인과 졸업 후 동 대학원 미술연구과 석사과정 수료. 1990년에 ㈜라이팅 플래너즈 어소시에이트 설립. 대표이사. 주택조명에서 건축조명, 도시·환경조명 분야까지 폭넓은 조명디자인의 프로듀서, 플래너로 활약하는 한편, 시민참가 조명문화연구회 '조명탐정단'을 조직해 단장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전개 중. 임해부도심 도로경관, 동경국제포럼, 신쥬쿠 타카시마야, 아즈미노 치히로미술관, 퀸즈스퀘어 요코하마, JR교토역, 센다이미디어테크, 롯폰기힐즈, 싱가포르 최고재판소, 중국 중앙전시대 등의 조명계획을 담당. 북미조명학회 국제조명디자인상 우수대상, 국제조명디자이너협회상 최우수상, 일본조명상, 일본문화디자인상, 매일디자인상 등을 수상. 현재 무사시노미술대학 교수, 동경예술대학, 동경대학 등의 비상근 강사. 일본건축학회(AIJ), 도시환경디자인회의(JUDI), 북미조명학회(IES), 국제조명디자이너협회(IALD), 일본상환경디자이너협회(JCD), 일본디자이너커밋티(JDC) 등의 회원. 저서로는 『불빛 즐기고 있습니까?』 동경서적, 『불빛과 조명의 과학』(공저) 창국사, 『조명탐정단 / SD별책』(편저) 카지마 출판회, 『조명디자인 입문』(공저) 창국사, 『당신도 조명탐정단』(편저) 일경BP사, 『빛의 디자인 보캐뷸러리 / SD9808』(편저) 카지마 출판회, 『건축조명의 작법』 TOTO출판, 『Designing with Light and Shadow』 Image Publishing 등 다수
김 정 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건축환경계획 전공으로 공학석사 및 공학박사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경관조명의 중요성을 약 20년 전부터 제기하여 우리나라 경관조명의 제도가 정비되고 활성화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2001년 7월에는 역자가 책임자인 ‘채광·조명시스템연구센터’가 건축분야에서는 처음으로 과학기술부의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되어 건축 및 도시환경의 빛환경에 관한 연구, 응용장치 개발 및 현장평가 등을 실시하여 빛환경 장치에 관한 10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08년 9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지정하는 우수연구센터인 '지속가능 건강건축기술 연구센터'의 센터장으로써 자연채광과 인공조명을 이용한 건강친화형 빛환경 조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 회장(2007-2008년)을 역임하였고, 현재 국제조명위원회 한국위원회(KCIE) 부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