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요소의 정온화를 통한 안전도시를 바라며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 1916~2006)의 책을 통해 우리는 ‘길 위의 눈(Eyes on the Street)’,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개념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는 도시가 움직이고 지속가능하며 생태적인 관점에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유도했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도시공간 생태계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안전’이다. 안전이란 단순히 통제와 규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개념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람, 삶, 활동, 행위, 기능, 형태 등 도시공간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정온화(靜穩化)되어 어떠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최적의 이상적 상황을 이루는 것에 궁극적인 목적을 가진다. 안전디자인은 바로 이러한 개념에서 새로운 전략과 방법, 체계 등을 갖추고 실현되어야 한다. 즉 도시를 규제하기보다 오히려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안전디자인의 핵심전략을 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의 일시적 현상과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삶의 무대인 도시를 위해 꾸준히 실천해야 할 대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화두

‘안전’은 삶의 기본 욕구이자 사회적 존재로서 보장받아야 할 필수적인 가치이다. 때문에 생활 속 안전에 대한 의식이 특별히 외면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의 인식은 새로운 도시공간가치의 패러다임으로 대두되었던 쾌적성, 친환경성, 지속가능성 등의 키워드와 같이 ‘안전성’ 또한 주거의 질을 결정하는 1순위 가치로 주목하는 듯하다. 이는 아마 잦은 사건 사고로 인한 불안과 우려의 결과일 것이다. 즉 안전에 대한 국가적․국민적 관심이 확장될수록 안전성은 도시의 가치와 경쟁력을 제고시킬 핵심 조건으로 작용될 것이다.

도시 안전을 위한 디자인

도시 기반시설이 대형화, 과밀화되어 갈수록 사고 시 인명과 재산 피해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비단 대형 사고뿐 아니라 속도와 효율 중심의 도시화 과정은 차량 중심의 도로 구조를 이루어 소수 보행자의 느린 이동을 방해함으로써 일상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범죄사고의 경우, 지역사회의 여건에 따라 발생 빈도율에 차이를 보임으로써 안전에 대한 선행적 예방차원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하고 있다. 그동안 안전사고 대비를 위한 각종 제품과 매뉴얼이 개발되기도 하였으나 실행력 부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아이디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근래 겪었던 사고의 대다수가 인재(人災)로 인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안전 확보를 위한 실행전략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된다.